<북 리뷰> 니체와 함께 산책을
글쓴이 시라토리 하루히코
옮긴이 김윤경
출판사 다산초당
출판일 2021.09.27.
내가 가장 최근에 직접 사서 읽은 책이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쓴 니체가 예전부터 궁금하기도 했고 우연히 어느 유투버가 이 책에 나온 내용을 언급하는 것을 보고 한번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나는 대부분 책을 바로 사지는 않는다. 모든 책을 다 사서 집에 꽂아두기에는 책장이 너무 좁기에 일단 가능하면 전자북으로 보거나 도서관에 가서 골라서 읽어본다. 특히 도서관에 가면 일단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한꺼번에 빌려서 쭉 읽어보고 다 읽은 후에 나중에 다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거나 아이들도 나중에 읽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그때 산다. 그리고 너무 좋은 책은 여러권 사서 주변에 선물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너무 좋은만큼 상대방은 그 책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진짜 읽을 사람에게만 최소한으로 선물하는 것으로 맘을 바꿨다.
솔직히 이 책은 신간이라 아직 도서관에는 없고, 전자도서로도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먼저 사서 읽었는데 어차피 읽은 후에 소장용으로 샀을 거라는 생각이 든 책이다.
순서는 간단하다.
1부에서는 니체, 괴테, 릴케가 어떤 방식으로 명상을 했는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니체는 35세에 병때문에 건강이 악화되어 교수직에서 퇴직하고 스위스에서 휴양하며 산책을 즐겨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여유로운 산책이 아닌 스위스 엥가딘의 계곡 지대에서 하루 여덟시간에서 열시간 정도의 긴 산책을 했단다. 비가오든 눈이오든 산책을 빼놓지 않았으며 그렇게 여덟 시간동안 혼자 자연에 있다보면 15분 정도의 깊은 침잠이 몇 번 찾아온다고 한다. 그런 경험을 니체는 이렇게 표현했다.
"그 여덟시간 동안 몇 번인가 아주 깊은 15분이 찾아온다. 그때야말로 내 안의 가장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활성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인간적인 너무자 인간적인; '방랑자와 그의 그림자')
"자연의 풍경 속에서 우리 자신을 재발견하고 유쾌한 전율을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은 가장 아름다운 분신 현상이다. 땅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 사람은 분명 행복할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자 인간적인; '방랑자와 그의 그림자')
아마도 니체는 자연속에서 산책하며 자연과 내가 하나되는 느낌, 다른 말로 하자면 깊은 선정에 들었거나 그 순간 무아를 체험하는 깨달음을 얻은 경지가 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매일 8시간동안 스위스의 자연에서 니체와 같은 산책을 한다면 나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현실에서는 핸드폰이나 다른 누구도 없이 1시간 동안하는 나만의 산책도 너무 힘들지 않나... 언제간 나도 내 버킷 리스트에 있는 스위스에서의 일상적인 산책을 꼭 해보고 싶다. 이왕이면 니체가 산책했던 엥가딘 계곡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을 쓴 괴테는 새벽이 오기 전에 일어나 변화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명상한다고 하였다. 괴테는 달밤에 거리를 거닌 경험을 이렇게 묘사하였다.
"이야기하기로도 글로 쓰기도 어려운 소재로는 보름달이 뜬 밤의 멋진 광경을 들 수 있다. 우리는 길거리를 빠져나와 광장을 가로질러 끝도 없이 이어진 키아이아 거리를, 그리고 바닷가를 거닐며 달밤의 아름다움을 즐겼다. 그럴 때면 공간이 촉발하는 무한한 감정이 사람의 마음을 압도한다." (이탈리아 기행 나폴리 중)
괴테 역시 자연에 민감했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연에 매료되었으며 그 안으로 녹아들었다.
시인 릴케는 활달한 성격이 아니었기에 고독하고 평온하게 지내며 시의 소재를 찾기 위해 공원, 동물원, 식물원에서 인간과 동식물을 관찰했단다. 이 관찰은 관조의 수준이었으며 이는 명상과도 같은 상태이다.
다음은 릴케의 에세이 '체험'에 나온 표현이다.
"파도가 몰아치는 높은 언덕에 우뚝 선 성안의 정원에서 책 한 권을 들고 걷다가 관목의 벌어진 가지 사이에 몸을 기댔다. 그러자 풍요롭고 평온한 느낌이 찾아와 완전히 자연 속으로 녹아들었다. 책을 읽는 것도 잊어버리고, 거의 무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 관조의 세계를 떠다녔다."
"그곳에서는 야외에서 들려오는 생의 울음소리와 그의 내면에서 울리는 새의 울음소리가 하나가 되었다. 육체의 한계에 거의 방해받지 않고, 내면과 외부 세계가 하나로 이어진 공간을 실제로 나타낸 것이다."
이런 글을 보면 릴케는 꽤 깊이있는 명상을 종종 했고, 자연과 세계와 하나되는 체험을 자주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외에도 1부에서는 다른 철학자나 선사들이 명상을 강조하며 했던 말들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일상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여러가지 조언을 하고 있고, 그 중에서 고독을 즐기고 평소 일상에서 명상을 하라는 조언이 마음에 와 닿는다.
요즘은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며 어쩔 수 없이 고독을 즐기기 시작했는데 난 이런 일상도 꽤 적응이 되서 이제 다시 사람들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도 고독한 시간을 많이 유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유명한 철학자들이나 작가들이 산책하고 자연과 가까이 하며 명상을 많이 함으로써 깊은 생각과 좋은 글들이 나왔구나 하는 것을 알게 해줬고, 훗날 나도 좋을 글을 쓰기 위해서 자연속에서 명상하는 시간을 더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